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7-10 (목)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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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500자 이야기 > 조심하세요, 말 한마디 !
< 김쌤의 500자 이야기 > 조심하세요, 말 한마디 !  




먼 길을 가던 나그네가 민가를 찾지 못하고 길가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었습니다.
잠을 자려는데 '여보시오, 허락이나 받고 잠을 자야지.'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스라쳐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소리의 주인공은 해골(骸骨)이었습니다.

점잖은 해골의 말투에 반한 나그네는 밤새도록 해골이 살아온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날이 밝자 나그네는 해골에게 좋은 시간이었다고 인사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날 밤 이야기를 했지요.

말하는 해골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 궁궐에까지 들렸습니다.  
임금님은 나그네를 불러 ‘사실이 아니면 목이 달아날 줄 알라.’고 다짐을 하고

신하들에게 사실 확인토록 하였습니다.



신하들과 함께 그곳을 찾자, 그때 만났던 해골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반가워서 ‘여보게, 날세!’ 하고 해골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해골은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여보게 내가 왔네. 뭐라고 말 좀 해 보게, 내 목이 달린 일이라네.”
그래도 해골은 묵묵부답입니다.
결국, 나그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죄로 그 자리에서 처형되고 말았지요.

 

나그네의 시신이 해골 옆에 버려졌을 때, 해골이 입을 열었습니다.
 “다시 보게 되니 반갑네.”
나그네는 화가 나서 ‘아까는 왜 잠잠했느냐?’고 따져 묻자, 해골이 말했습니다.



 "말할 때와 말할 장소가 따로 있는 거야.

 자네는 말하고 싶은 걸 아무 데서나 말했지만, 나는 말 해야 할 시각을 지켰네.

 아까는 낮이었잖나? 함부로 지껄였으면 나도 화를 입게 되었지.
 헤어질 때의 자네 말대로 이제 두고두고 좋은 시간을 나눌 수 있으니 좋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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