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500자 이야기 > 돌멩이가 말해야 할 때
< 김쌤의 500자 이야기 > 돌멩이가 말해야 할 때
옛날 어떤 새댁이 시집을 왔는데 말이 없었습니다.
새댁이 말이 없자 처음엔 얌전하다고 칭찬들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도대체 말을 안 하니 벙어리라는 소문이 돌았지요.
소문이 그렇게 도는데도 며느리가 말이 없자,
시아버지는 할 수 없이 며느리를 친정에 데려다 주려고 가마에 태우고 길을 나섰습니다.
산을 넘던 가마가 고개에서 잠시 쉬는데, 가마 옆에서 꿩이 푸드덕 하고 날았습니다.
그러자 가마 안에 있던 새댁이 입을 엽니다.
“이 가슴 저 가슴 된 가슴은 시아버님 드리고,
요 주댕이 저 주댕이 놀리는 주댕이는 시누님 드리고,
이 날개 저 날개 덮는 날개는 서방님께 드리고”
깜짝 놀란 시아버지가 왜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며느리가 말했습니다.
“제가 시집을 올 때 친정어머니께서 장롱 속에 돌멩이를 하나 넣어주시면서
‘이 돌멩이가 말할 때까지는 말을 하지 마라.’ 하셨답니다.”
장롱 속 돌멩이도 하나쯤 가져야 하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可與言而不與之言失人 가여언이불여지언실인),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을 하면 말을 잃습니다(不可與言而與之言失言 불가여언이여지언실언).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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