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6-26 (목)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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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500자 이야기 > 아버지의 초상화


< 김쌤의 500자 이야기 > 아버지의 초상화
 
‘흡’ 지방 한 상인이 젊어서 ‘진’ 지방으로 장사를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집을 떠나면서 남긴 아버지의 초상화 한 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삼십여 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만난 아들은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아버지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방에 걸려있는 초상화와 비교해 보니 서로 닮은 데가 조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그림 속의 제 아버지는 살결이 희고 살이 쪘는데, 당신의 살결은 검고 몸은 말랐습니다.
그림에는 수염이 검고 적은데, 지금 당신의 수염은 희고 많습니다.
쓰고 있는 모자나 입고 있는 옷이나, 신고 있는 신발까지 어찌 이렇게 그림과 다릅니까?”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도 초상화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네 말이 맞다. 우리가 가진 초상화와 너무나 차이가 크구나.”
명대(明代) 유원경(劉元卿)이 쓴 필기고사집 <경유록>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를 기억하려고 그렸던 초상화가 오히려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안방에 그런 초상화 하나씩은 지니고 있지요.
어쩌면 많이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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