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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7-09 (수)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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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500자 이야기 > 약속과 신용
< 김쌤의 500자 이야기 > 약속과 신용

 



해상무역을 통해 17세기 세계 최고의 부(富)를 이룬 나라,

영국 국토의 1/3, 인구 1/5에 불과했지만,

영국보다 200년 앞섰던 세계 최초의 은행국가,

세계 최초의 주식거래소,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동인도회사),

축구감독 히딩크(Hiddink)의 나라 네덜란드는

당시 인구 150만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나라였습니다.

 

그 무렵 우리는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빌테브레(박연 朴淵, 1627년 조선 인조5년)를 붙잡았고,

동인도회사 선원 하멜(Hamel, 1653년 조선 효종4년)과 그의 동료 36명을 붙잡아

13년간 전라좌수영 잡역을 시키면서도

어느 나라 사람인 줄을 몰라 '남만인(南蠻人·남쪽 오랑캐)'이라 부르다가,

탈출한 뒤 일본에서 보내온 서한을 보고 비로소 네덜란드(阿蘭陀·비탈진 구석에 핀 난초)라는  

나라가 있는 줄 알았으니,

우리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짐작됩니다.

그 무렵 네덜란드는 70톤의 황금을 입혀 정부 종합청사를 짓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네덜란드 10유로 동전 속 주인공은 ‘빌렘 바렌츠(Willem Barrents,1550∼1597)’입니다.

지도제작자, 상인, 선장이었던 그는

1596년 여름, 아시아에 도달할 최단 교역로를 찾기 위해 북극해에 진입하다

노바야젤라 섬 근처에서 빙하에 갇히고 맙니다.

얼어붙은 섬에 올라 배의 갑판을 뜯어 움막을 짓고,

영하 40도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과 괴혈병에 시달리며

8개월의 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18명의 선원 중 8명이 죽습니다.



봄이 되어 러시아 상선에 구조되어 네덜란드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가져 온 화물들로 인해 놀랍니다.

고객들에게 전달하기로 한 식품과 의약품, 그리고 모포와 옷 등이 그대로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죽을지언정 남의 것을 절대 건드리지 않은 냉혹한 도덕률(道德律),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긴 명예의식과 상도(商道),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바다의 마부’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타임지 선정, 남미 최고의 석학 ‘에르난도 데 소토(Hernando de Soto, 1941∼)’는

100명의 연구원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원인을 조사한 결과(저서, '자본의 미스터리'),

가장 큰 원인이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지도층이 부패하여 있으면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살인교사 정치인, 공금횡령 단체장, 고객 돈을 유용하고 해외로 도망친 금융직원,

선장까지 임시직으로 고용한 선주(船主), 헌금사취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며

‘바렌츠’ 선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그들이 수없이 되풀이 했던,

   ‘굶어 죽을지언정 약속은 지킨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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