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앞으로 가시지요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앞으로 가시지요
옛날 어떤 농부가 소를 잃어버렸습니다.
소가 얼마나 귀한가요? 그래서 몇 날 며칠 일손을 놓고 소를 찾아 나섰지요.
그러다 어떤 동네에 들어가 보니, 자기 집 소가 어느 집에 묶여 있지 않겠어요?
집주인을 만나 소를 돌려 달라 했지요.
그랬더니 며칠 전에 우시장에서 사왔다며 시치미를 뚝 떼는 것이었습니다.
소 한 마리를 놓고 서로 자기가 주인이라고 싸우니,
소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딱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원님을 찾아가 재판을 받게 되는데, 원님은 참 지혜로운 분이었지요.
소에 쟁기를 메워 한 사람씩 나와서 소를 부려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소를 훔쳐 제 것이라고 우긴 사람이 소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힘껏 고삐를 잡아당기며 고함을 쳐도 소가 꿈쩍을 안합니다.
회초리로 등짝을 때렸지만, 소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이번엔 소를 찾으러 온 농부가 소를 부리게 되었지요.
농부는 소고삐를 가만히 잡더니
‘앞으로 가시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소가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지 않겠어요?
‘그만 서시지요.’ 하면 소가 서고,
‘우로 도시지요.’ 하면 소가 오른쪽으로 돕니다.
사람들의 눈이 모두 소 눈알만 해졌지요.
하도 신기해서 원님이 농부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소에게 처음 일을 가르칠 때에 연로하신 아버님께서 앞에서 고삐를 잡으셨습니다.
아무리 소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라지만,
앞에 아버님이 계신데 차마 ‘이랴!’ 소리를 할 수 없어서
‘앞으로 가시지요, 그만 서시지요, 우로 도시지요’ 하는 식으로 일을 가르쳤습니다."
부모님께 대한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아보고, 안아 드렸던 적이 언제였나요?
사랑한다 말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논어(論語)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자식이 효를 하고자 하니,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네.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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