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행(行)'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행(行)'
어느 마을 뒷산 높은 곳에 성인(聖人) 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학식이 깊고 덕망이 높으며, 구제와 기부도 많이 하여 ‘성인’으로 불렸습니다.
하루는 성인이 마을에 내려와 백정(白丁)이 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거침없이 짐승을 살생(殺生)하는 모습을 본 성인은
‘참으로 불쌍한 인생이로구나, 저 죄를 어찌 다 갚을꼬?’하며 개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에서 존경을 받던 성인도, 멸시받으며 살았던 백정도 모두 죽어
생전의 삶을 심판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성인을 보자 지옥으로 가라 하고,
백정에게는 천당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성인이 놀라서 따져 물었지요.
“아니, 제가 왜 지옥으로 가야 합니까?
저는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왔고, 또 많은 이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혹시 판결을 잘못 내리신 것은 아닌지요?”
그러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황소가 수레를 뒤따르는 걸 본 적이 있느냐?
너는 선행을 베풀면서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존경과 칭송을 기대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성인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 왜 백정은 천당에 가는 것입니까? 그는 많은 생명을 해쳤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림자는 물체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직업 때문에 생명을 죽여야 했지만,
소나 돼지를 죽일 때마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머리를 숙여 참회하였다.
그래서 그가 진정한 성인이다.”
선행(善行)으로 보였지만, 참다운 ‘행(行)’이 없었고,
악행(惡行)으로 보였지만 참다운 ‘행(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행(行)’은 모든 정신과 물질의 전개과정입니다.
그래서 신행(身行)과 구행(口行), 의행(意行)을 닦기 위해 ‘수행(修行)’을 합니다.
‘행(行)하되, 행(行)속에 내가 없어라.’란 말은 가식된 행동을 경계하는 말.
진정한 성인은 숨어서 행하며, 자기 위치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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