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7-23 (수) 07:43
홈페이지 http://cafe.daum.net/kim18111
ㆍ추천: 0  ㆍ조회: 918      
IP: 121.xxx.138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작은 애호박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작은 애호박

 



과일 가게에 가면 과일을 들었다 놓기도 하고, 밑에 있는 것을 퍼 올리기도 하며,

내가 선택한 것이 치워지고, 아내의 것이 담겨지기도 합니다.

가게 점원은 과일에 상처가 난다며 못하도록 하지만,

점원의 시선이 다른 곳에 있는 틈을 타서 더 큰 과일을 고릅니다.

뒤 온 사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요.

 

얼마 전 애호박 값이 한창 비쌀 때, 애호박을 사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애호박 하나를 골랐습니다.

크기나 무게와 상관없이 호박의 가격은 똑같았는데 말입니다.

큰 호박을 놔두고 작은 호박을 선택한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다가가 말씀드렸지요.

‘크기에 상관없이 애호박 값이 모두 똑같으니, 이왕이면 큰 걸 고르세요.’라고.

그러자 할머니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큰 것이 필요치 않아.

이 작은놈이 내게는 적당해.

큰 걸 사 가지고 가면 남게 되고, 결국은 썩혀 버릴 텐데, 그럴 필요가 있겠어?”

 

할머니의 말씀은 충격의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계속되는 할머니의 말씀은 나를 완전히 무너지게 했지요.

   “식구가 많은 사람이 큰 걸 갖고 가야지……."

 

남든 썩든 일단 큰 것만 고르며 살아왔던 ‘나’.

지금까지 내가 골랐던 ‘큰 것’들이 과연 나에게 큰 것이 되어 주었는가?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었던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당신에게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셨습니다.

값이 비쌀 때니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런 시기야말로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골라,

헛되게 버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할 때를 아신 것이죠.

 

작은 것을 선택한 할머니의 손길 속에 담겨있는 그런 고귀한 마음이

자족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함께 살 줄 아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0
3500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83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최치원의 둔세시(遁世詩) 김정 2014-08-07 944
82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앞으로 가시지요 김정 2014-08-06 831
81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회문 (回文, palindrome, 팰린드 김정 2014-07-29 929
80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다시 읽.. 김정 2014-07-28 864
79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행(行)' 김정 2014-07-26 851
78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애절양 (哀絶陽-성기性器를 자르고 .. 김정 2014-07-25 909
77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타히티인의 슬픔 김정 2014-07-24 926
76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작은 애호박 김정 2014-07-23 918
75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물고기 비율(比率) 김정 2014-07-22 824
74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우리 아이는 왜 글쓰기를 싫어할까? 김정 2014-07-21 893
73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좋은 글 쓰는 방법 김정 2014-07-19 1073
72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덩리쥔(등려군·鄧麗君)의 노래 김정 2014-07-18 1101
71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김정 2014-07-17 916
70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대한 청년 윤봉길은 어디 있는가? 김정 2014-07-16 851
69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얼굴을 잃어버린 세상 김정 2014-07-15 895
68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감자꽃 김정 2014-07-14 840
1234567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