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작은 애호박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작은 애호박
과일 가게에 가면 과일을 들었다 놓기도 하고, 밑에 있는 것을 퍼 올리기도 하며,
내가 선택한 것이 치워지고, 아내의 것이 담겨지기도 합니다.
가게 점원은 과일에 상처가 난다며 못하도록 하지만,
점원의 시선이 다른 곳에 있는 틈을 타서 더 큰 과일을 고릅니다.
뒤 온 사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요.
얼마 전 애호박 값이 한창 비쌀 때, 애호박을 사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애호박 하나를 골랐습니다.
크기나 무게와 상관없이 호박의 가격은 똑같았는데 말입니다.
큰 호박을 놔두고 작은 호박을 선택한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다가가 말씀드렸지요.
‘크기에 상관없이 애호박 값이 모두 똑같으니, 이왕이면 큰 걸 고르세요.’라고.
그러자 할머니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큰 것이 필요치 않아.
이 작은놈이 내게는 적당해.
큰 걸 사 가지고 가면 남게 되고, 결국은 썩혀 버릴 텐데, 그럴 필요가 있겠어?”
할머니의 말씀은 충격의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계속되는 할머니의 말씀은 나를 완전히 무너지게 했지요.
“식구가 많은 사람이 큰 걸 갖고 가야지……."
남든 썩든 일단 큰 것만 고르며 살아왔던 ‘나’.
지금까지 내가 골랐던 ‘큰 것’들이 과연 나에게 큰 것이 되어 주었는가?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었던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당신에게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셨습니다.
값이 비쌀 때니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런 시기야말로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골라,
헛되게 버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할 때를 아신 것이죠.
작은 것을 선택한 할머니의 손길 속에 담겨있는 그런 고귀한 마음이
자족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함께 살 줄 아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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