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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7-25 (금)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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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애절양 (哀絶陽-성기性器를 자르고 슬퍼함)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애절양 (哀絶陽-성기性器를 자르고 슬퍼함)





목민심서(牧民心書)가 완성되기 15년 전, 1803년(순조3년) 가을,

강진에 유배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슬픈 이야기를 듣습니다.

 

갈밭(노전·蘆田) 마을에 사는 어떤 백성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는 3일 만에 군적(軍籍)에 오르고, 관청에서는 세금(軍布)을 물려 소를 끌고 갑니다.

사내는 ‘이것 때문’이라면서 자기 양경(陽莖·생식기)을 잘라 버립니다.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편의 양경을 주워들고,

관청을 찾아가 끌고 간 소를 돌려 달라고 울며 호소하지만,

현감을 만나기는커녕 현문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포졸들에게 얻어맞은 채, 피범벅이 된 남편의 남근을 쥐고 쫓겨납니다.

다산(茶山)은 그의 시 ‘애절양(哀絶陽)’에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노전(蘆田)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 현문(縣門) 향해 슬피 울며 하늘에 호소하네

싸움터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 있어도 /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시아비 상복 막 벗고, 아기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 삼대(代)가 모두 군보(軍保)에 실리다니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 이정(里正 관리)은 으르렁대며 마구간 소를 몰아가고

조정에선 모두 태평의 즐거움을 하례하는데 / 누굴 보내 위협스런 말로 포의(布衣)로 내쫓는가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 민나라 땅 자식들 거세한 것도 역시 슬픈 일인데

자식 낳고 사는 이치 하늘이 준 바이고 /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부랄 깐 말과 돼지도 서럽다 할 것인데 /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오

부호들은 일 년 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鳲鳩篇)을 외워보네

 

나라의 기강과 정책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져 부정부패가 판을 치던 세상,

시아버지 삼년상 끝난 지 3년이나 되었고, 아들을 낳은 지 3일밖에 안 되는데,

남편까지 세 명이나 병역 대상자가 되어, 세금(稅金)으로 소를 빼앗겼지요.  

한 여인의 남편이요, 한 자식의 아버지가 스스로 남근을 잘라야 했던 현실,

그것을 보면서도 남편을 탓하지도 못하고, 소를 찾으러 관청에 간 가난한 아내.



다산(茶山) 선생 가신지 210년이 넘었지만, 기득권자 ‘갑’의 횡포는 아직도 계속되고,

소 찾겠다며 관청 앞에 선 아내들의 손에는 피범벅 양경(陽莖)이 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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