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8-25 (월)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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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800자 이야기 > 기지개(氣之開)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기지개(氣之開)


아침에 일어나서 주로 하게 되는 ‘기지개(氣之開)’는 우리말이 아닌 한자어(漢字語)로,
밤새 잠자던 기(氣)를 열기 위해 천천히 몸을 늘이면서 깨워주는 동작을 말합니다.
‘기운기(氣), 갈지(之), 열 개(開)’라고 씁니다.

평생 선비로 사셨던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 선생님께서도 기(氣)의 중요성을 쓰셨는데,
『활인심방(活人心方』 즉, 사람을 살리는 마음의 비방(秘方)이란 책입니다.
책에는 기해단전공력(氣海丹田功力), 즉 기공(氣功·단전호흡) 그림까지 그려져 있습니다.

기(氣)에는 3가지 성질이 있는데, 첫째가 막히는(氣塞·기색) 성질입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나, 황당한 일을 겪었을 때 ‘기가 막혀 못 살겠다’고 하지요.
‘기색혼절(氣塞昏絶)’이란 말은 기(氣)가 막혀 혼이 나간 상태를 말합니다.

둘째, 끊어지는(기절·氣絶) 성질이 있습니다.
기가 끊어지면 의식을 잃게 되고, 두 시간이 넘으면 반신불수나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기절초풍(氣絶招中風)은 기의 막힘이 심해져서 기가 끊어져 중풍을 초대한다는 말입니다.

셋째, 다해버린(氣盡) 성질이 있습니다.
기(氣)는 피(血)를 끌고 다니는데, 맥(脈)은 피가 흐르도록 하는 힘입니다.
기력이 쇠하여 기순환(氣循環)이 안 되면 맥(脈)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진맥진(氣盡脈盡)은 기(氣)와 맥(脈)이 다했다는 뜻입니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 기(氣)가 막힙니다.
기색혼절(氣塞昏絶), 기절초풍(氣絶招風)을 지나 기진맥진(氣盡脈盡) 상태에 있습니다.
신성하다는 선거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 사이버사령부가 공작을 꾸미지 않나,
검사장(檢事長) 어르신께서 길거리 음란 행위로 조사를 받지 않나,
지존이신 대통령(大統領)께서 세월호 당일 7시간이나 행방이 묘연하지 않나,
존경하는 국회의원들께서 해수부, 철도청, 원자력발전소 뇌물 받아 잡수시고
중고부품·허위문서에 눈감아 주어 해양·철도·원전사고에 일조(一助)하시지를 않나,
군대 폭력으로 자살하고, 자살을 사고로 은폐하고, 또 가해자를 도지사 아들이라고 감싸주고,
가혹행위에 자살한 병사의 조의금을 빼돌려 회식에 사용하는 여단장(旅團長)이 없나?

300명 넘는 세월호 꽃 같은 목숨이 아직도 눈을 못 감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세월호 주범으로 몰던 ‘유병언’을 한 달 동안이나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보고만 있다가,
도망갔으니 이제 잡아야 한다며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누군지 알 수도 없는 백골(白骨) 하나를 내보이며 ‘그 사람이 여기에서 자살했다’고 하니,
이제는 국민은 기진맥진(氣盡脈盡)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기지개(氣之開)를 펴야 합니다.
막힌 기(氣) 뚫어주고, 끊긴 기(氣)는 이어주고,
그리고 허(虛)한 기는 보(補)해야 합니다.
보약(補氣藥)의 계절 가을이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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