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8-19 (화)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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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프란치스코 교황(敎皇)의 낮은 곳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프란치스코 교황(敎皇)의 낮은 곳

초라한 일정(日程)이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벗으로 불리는 교황(敎皇),
물질주의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고 억눌린 사람을 존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민족과 종파와 계층, 신분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기득권 세력이 싫어하는 해방신학(解放神學)을 신봉하고
가난의 구조적 문제가 되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를 비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톨릭 2000년, 266명 역대 교황 중, 가장 개혁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프란치시코,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 부에노스아이레스 나이트클럽 화재로 200여 명이 죽을 때,
제일 먼저 현장을 찾아 구조에 나섰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인물.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을 편들어야 한다.',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고 추기경 시절부터 주장해 왔던 교황,
브라질 빈민촌 방문과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의 기도는 세계인의 화제가 되었지만,
이번 한국에서의 일정은 평소 메시지와 어울리지 않는 행보(行步)였습니다.

자기를 찾는 사람만 만나는 것보다,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벗입니다.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그토록 청와대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던 세월호 유가족을
교황은 광화문 광장 시복미사 지나가는 길에서 만났습니다.
34일째 단식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세월호 김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만났습니다.
교황의 첫 방문지는 청와대였고,
가난하고 소외된 그들이 높은 곳을 찾았던 교황을 찾아갔습니다.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은 지금까지 세월호 아픔의 현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진상 촉구 성명서도 내지 않았으며,
일부 사제들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통령 사퇴촉구 미사를 올릴 때도
염수정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언급하며 사제들의 정치참여를 비판했습니다.
‘교회 밖으로 나가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은 과연 진실인가요?

진도 팽목항 까지는 못가더라도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
그들을 끌어안고 위로했더라면,  
일 년에 300억 이상의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400만평 충북 음성 ‘꽃동네’ 보다,
밀양 송전탑 현장이나,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했었더라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명동 성당 미사를 판문점에서 드렸더라면…….

교황이 단지 아시아 청년대회, 순교자 124위 시복식 행사나 참석하는 존재라면
낮은 데로 임하시는 교황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어린아이의 이마에 입맞춤만 하여도,
가난한 자 병든 자의 손목만 만져도,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성호(聖號)만 그어도
감사하고 감격하고 열광하는 사도(使徒), 교회의 제1인자, 아버지 Papa가 아닌가?

교황의 낮은 곳은 어디인가요,
종교의 낮은 곳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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