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동화 『알게 뭐야』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동화 『알게 뭐야』
관옥(觀玉) 이현주(李賢周) 목사님 작품 중에 『알게 뭐야(2002)』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곧게 뻗은 길 위에 모양이 똑같은 두 대의 자동차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색깔도 똑같고 종이 부대로 싼 짐을 실은 것도 똑같은 차에
앞차는 밀가루를 실었고, 뒤차는 시멘트를 실었습니다.
밀가루를 실은 차 운전사가 운전 도중에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차를 한쪽에 세웠습니다.
뒤따라오던 시멘트를 실은 차 운전사도 차를 세우고 앞사람을 따라 오줌을 누었습니다.
그리고 두 운전사가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시멘트 차 운전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줄곧 자기 앞을 어떤 차가 달렸는데
그 차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밀가루 차 운전사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자동차가 자기 앞에서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옳아, 우리가 이거 오줌 누는 바람에 차를 바꿔 탔구나! 쯧쯧…"
그렇지만 그 두 운전사는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운전만 할 뿐이었습니다.
"에라! 알게 뭐야! 내 건가?"
시멘트 차 운전사는 싣고 온 시멘트를 집 짓는 공사장에 내려놓았습니다.
시멘트를 반죽하던 일꾼들이 시멘트가 이상한 것을 보고 밀가루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전사는 시멘트가 맞다고 대답했고, 일꾼들은
‘에라 알게 뭐야! 내 집인가?’ 하면서 집을 지었습니다.
한편 밀가루 차 운전사는 단골 과자 공장으로 가 짐을 내렸습니다.
과자를 만들던 일꾼이 시멘트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운전사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운전사는 벌써 떠나고 없었습니다.
일꾼들은 ‘에라 알게 뭐야! 내가 먹는 건가?’ 하며 빵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두 군데서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과자로 된 기둥을 갉아먹어 집이 무너져, 그 아래 깔린 아이들의 등뼈 부러지는 소리,
과자 가게 손님들의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
세월호 참사를 예견했던 이야기 같습니다.
남이야 어찌 되든, 방법이야 어찌 되건,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동화 속 인물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입니다.
‘알게 뭐야 정치인’과 ‘알게 뭐야 공무원’이 먼저 가려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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