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8-27 (수)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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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벤야민 웨스트’를 위하여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벤야민 웨스트’를 위하여


2014년 6월,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입니다.
자녀의 교육비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부모의 수입에 비해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큰 것이지요.
교육부 통계를 보면 2013년 사교육비 총 규모는 18조 6천억 원이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종편방송 토크쇼에 나온 한 남자 방송인의 스스럼없는 고백에
충격을 넘어 할 말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늦둥이 아이의 과외가 15개나 된다는 것입니다.
과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과외에 시달리는 아이, 그리고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삶의 거리를 생각해 볼 때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나친 자식 사랑은 비뚤어진 사회문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외국 유명 음대 교수에게 개인 지도를 받기 위해 최고급 자개장을 선물했더니,
신발장으로 사용하더라는 이야기는 수치스러운 우리 교육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자녀를 귀족학교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에서 ‘동료효과’를 누리게 하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적이 못 따라가게 되면 함께 어울려서는 안 될 '격리대상'으로 낙인찍히고,
우수 학생의 내신 성적을 바닥에서 깔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낭만주의 화가 ‘벤야민 웨스트(West, Benjamin)’는 자신이 화가가 된 동기를 말합니다.
어린 시절 어느 날, 어머니가 어린 여동생을 자기에게 맡기고 외출을 했습니다.
동생과 같이 놀던 웨스트는 물감을 발견하고 동생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와 보니 집안이 엉망입니다.
옷이고 얼굴이고, 벽이고 가구며, 온통 그림물감 투성인 것이지요.
어머니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림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감탄하듯 이렇게 말했지요.
“오, 이 그림 속에 있는 아이가 네 동생 셀리구나!”
그리고 허리를 굽혀 물감 묻은 웨스트의 이마에 키스해주었습니다.
그 후 웨스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습니다.
“내 어머니의 키스가 나를 화가로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의 키스 한 번은 몇 개의 과외보다 더 진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공(功)들인 자식이라고 모두 잘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어떤 목적과 방법으로 공을 들였느냐가 중요합니다.
돈으로 무엇이든지 해결하려는 생각은 얼마나 위험한 발상입니까?
돈의 효과가 발휘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녀에게 무슨 유익이 되겠습니까?
은은히 향기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역겨운 향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말아,
오히려 자녀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벤야민 웨스트’를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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