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300자 이야기 > 곡자(哭子)
< 김쌤의 300자 이야기 > 곡자(哭子)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올해는 귀여운 아들 잃었네.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슬프고 서러운 광릉 땅이여,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어린 자식 둘을 먼저 떠나보내고 읊은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곡자(哭子)’ 첫 부분입니다.
부모의 죽음을 ‘천붕지괴(天崩地壞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라 하고,
자식의 죽음은 ‘참척(慘慽 참혹한 슬픔)’이라 하며,
대를 이을 아들의 죽음을 ‘상명지통(喪明之痛 눈이 멀 정도의 고통)이라 합니다.
선실 옷장 한 편을 붙잡고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구조대를 기다렸을 세월호 아이들.
슬프고 서러운 진도 앞바다(哀哀珍島海), 생각하면 마디마디 창자가 끊어지고(斷腸之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天崩地壞), 태양조차 어두워져 보이지 않습니다(喪明之痛).
그러나 ‘세월호’란 이름도 이제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잊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합니다.
미친 비바람에 봄꽃처럼 떨어져간 어여쁜 청춘들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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