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9-16 (화)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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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2), 임금님의 속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2), 임금님의 속마음


소설가 오상원(吳尙源,1930∼1985)은 우화(寓話)를 통하여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썼던 <호랑이 임금님의 속마음(1978)>은 군사정권의 표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권심상수(權心常守),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 마음은 권력을 지키는 데만 있는 듯합니다.

- 호랑이 임금님이 옥좌(玉座)에 기대앉아 깊은 회포(懷抱)에 잠기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꿈같은 세월, 그러나 불현듯 한줄기 어두운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죽음을 함께 맹세했던 동료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무리가 이 자리를 탐내었던가?’
갑자기 호랑이 임금님은 노경(老境)에 접어든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누가 내 자리를?’ 며칠간 의심하던 호랑이 임금님은 문무백관 소집령을 내렸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곰, 산양, 이리, 사슴, 여우, 너구리 등이 앞다퉈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출타한 표범 하나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호랑이 임금님이 말했습니다.
“짐이 그대들의 도움으로 권좌에 올라 영화를 누린지 긴 세월이 지났으니
모두 그대들의 공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짐은 이제 기력이 쇠약하고 총명이 흐려져서
예전만 같지 못해 권좌를 다른 총명한 자에게 물려주려 하니 기탄없이 말하도록 하라.”

대궐 안이 잠시 쥐죽은 듯하다가, 여우가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말했습니다.
“깊으신 뜻을 모르진 않지만, 임금은 자기 몸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한 몸입니다.
어찌 노쇠하다 하시어 나라와 백성을 버리시렵니까? 부디 뜻을 거두어 주소서.”

호랑이 임금님 입가에 웃음이 스치는 것을 놓치지 않은 늙은 산양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전하, 충신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사오니, 그러면 저도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호랑이는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곰과 너구리, 사슴에게도 묻자,
“저희 뜻도 같사오니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만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그때 표범이 들어와서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순간 호랑이 임금님의 눈이 빛났습니다.

표정을 가다듬은 호랑이 임금님은 자기 뜻을 다시 한 번 말한 후 표범에게 말했습니다.
“짐은 항상 그대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지금까지 어떤 말이 오간지 모르는 표범은 침을 꿀꺽 삼키고, 머리를 조아려 말했습니다.
“황송합니다. 예부터 어리석음과 어짊의 차이는 자신을 알고 모르는데 있다고 합니다.
영광이 다하기 전에 물러나면 길이 영광을 누릴 수 있지만,
영광이 다한 후에 물러나면 남은 것은 회오(悔悟)와 모멸(侮蔑)뿐이라고 합니다.”
“오∼올커니! 그런데 모두가 나의 퇴임을 반대하는데, 그대만 그렇지 않으니 어쩌지?”
말을 끝내자마자 호랑이 임금님은 표범을 급습하여 한 입에 숨통을 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비록 짐의 뜻은 아니지만 참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그대의 생각과 중신들의 생각이 이토록 다르니 짐의 마음이 무척 슬프다.
바라건대 여러 대신들은 또 다시 이런 슬픈 일이 없도록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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