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09-11 (목) 06:30
홈페이지 http://cafe.daum.net/kim18111
ㆍ추천: 0  ㆍ조회: 706      
IP: 121.xxx.13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1), 토끼의 눈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1), 토끼의 눈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소설가 오상원((吳尙源,1930∼1985)이 쓴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상원 우화((寓話, 1978)』.
그냥 잊고 묻어둘 수 없어, 빛바랜 36년 전 책을 찾아 줄거리 다치지 않게 줄여서 소개합니다.

- 힘센 짐승들에게 시달리다 못한 토끼들이 동물 임금을 찾아갔습니다.
‘뭣들이냐?’ 하고 궁문(宮門)에 떡 버티고 앉아 있던 수문장이 물었습니다.
"임금님께 저희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려고 왔습니다. 꼭 만나 뵙게 해 주십시오."
“임금님께서는 지금 낮잠을 즐기고 계시니 누구도 만나 뵐 수 없다. 어서 물러가라."
토끼들은 하는 수없이 물러나 임금님이 단잠에서 깨어나시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참 후 토끼들은 다시 찾아가, 임금님을 뵙게 해 달라고 하자 수문장이 말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지금 수라((水刺)를 들고 계시니 누구도 만나 뵐 수가 없다.”
토끼들은 임금님이 식사가 끝내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 지나 토끼들이 또 찾아갔습니다.
“미안하지만, 임금님을 꼭 좀 뵙도록 해 주십시오. 이렇게 애원을 합니다."
토끼들은 수문장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실거리며 간절히 말했습니다.
수문장은 이번에도 ‘수라를 드시고 궁궐 안을 산책하고 계시니 만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한 토끼들은 간청했지요.
“수문장 어르신, 예로부터 임금은 백성의 마음이요, 뜻이라고 했습니다.
부디 임금님을 뵙고 저희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글쎄, 지금 임금님께서는 산책을 즐기고 계시니 뵐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토끼들은 임금님의 산책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는 이미 서녘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토끼들은 또다시 찾아가 간청했습니다.
“저희는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이제 해도 저물어 갑니다.
제발 불쌍하고 힘없는 저희를 가엾이 여기셔 임금님을 꼭 뵈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금방 산책 끝내시고 목욕을 즐기시는데, 어떻게 즐기시다 말고 나오실 수 있겠느냐?”

어느덧 땅거미가 졌습니다.
토끼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합니다.
“힘없고 약한 저희는 밤낮 힘센 짐승들에게 이리저리 쫓기며 잡아먹히고 있습니다.”
“너희의 딱한 처지는 동정이 가고도 남지만, 목욕이 끝나시고 지금 궁녀들에 둘러싸여
노래와 춤을 즐기고 계신데, 너희 하소연을 들으시고 기분 상하시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대로 물러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저희들은 밤낮을 이토록 억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까?”

수문장이 말했습니다.
“권세란 약한 자를 돌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자와 결탁하여 어울리도록 되어 있다.
불쌍한 것들, 너희들이 그것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죄일 뿐이다."
  0
3500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115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과정주의(過程主義) 행동양식 김정 2014-09-24 746
114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3), 애꾸눈 .. 김정 2014-09-23 710
113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승정원일기 2억 4,250만자 김정 2014-09-22 749
112 < ‘김정’ 쌤의 爐邊政談 > 글의 끝 부분 쓰기 김정 2014-09-19 765
111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개(犬) 고기가 먹고 싶은데 김정 2014-09-18 916
110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글의 첫머리 쓰기 [2] 김정 2014-09-17 976
109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2), 임금님의.. 김정 2014-09-16 843
10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라이언’ 일병 구하기, 휴머.. 김정 2014-09-15 1036
107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가장 인간적인 대답 [1] 김정 2014-09-12 744
106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오상원 우화(寓話)(1), 토끼의 .. 김정 2014-09-11 706
105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이 음식 어디서 왔는고? 김정 2014-09-05 811
104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마음을 얻기 위한 다섯 가지 방.. [1] 김정 2014-09-04 798
103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회복 탄력성(回復彈力性)을 위하여 [1] 김정 2014-09-03 820
102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내 아이의 영재성(英才性) 김정 2014-09-02 770
101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죔죔 김정 2014-09-01 973
100 < 김쌤의 800자 이야기 > 자기소개서, 어떻게 쓰지? 김정 2014-08-29 865
1234567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