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의 300자 이야기 > 흔들리며 피는 꽃
< 김쌤의 300자 이야기 > 흔들리며 피는 꽃
눈을 뜨자마자 대학생 아들이 배가 아프다며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밤 12시 넘도록 공부하는 늦깎이 편입생 누나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무언가 먹은 게 탈이 났나 봅니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힘듦과 고통은 절망에 가깝습니다.
대형 참사는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심각한 빈부의 격차는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며,
생존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들은 보기에도 눈물겹습니다.
이틀을 굶다시피 한 아들에게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시 한 편을 써주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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