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10-30 (목)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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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사이버 기도문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사이버 기도문


얼마 전 어떤 사람이 나에게 ‘날마다 뭐 하면서 지내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날마다’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습니다. 강의를 날마다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날마다 사이버 칼럼을 쓴다’면서, 사이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현재 사이버 강의 다섯 강좌를 하고, 또 얼마 전 ‘창의적 글쓰기 강좌’ 촬영도 마친 터였습니다.

사이버(Cyber) 공간이 생활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채팅, 사이버 강좌를 비롯하여
사이버 주식, 사이버 카페, 사이버 집회, 사이버 문학, 사이버 대학, 사이버 미술관, ∼작가,
사이버 전(戰), ∼사령부, ∼범죄, ∼폭력, ∼테러, ∼섹스, ∼검열, ∼사찰, ∼공안, ∼부대.

1999년의 어느 날 일기(日記) 가운데, ‘플레이어휠(www.prayerwheel.com)’이라는
24시간 자동 기도(自動祈禱) 서비스 웹 사이트에 대해 기록한 내용을 찾아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엔 인기가 많아 개설 4개월 만에 가입자가 7,000명이 넘었습니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너무 바빠서 컴퓨터가 저 대신 기도 올립니다.”
사이트의 회원이 되면 컴퓨터가 24시간 내내 대신 기도를 올려주었습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치면 자신의 기도문이 컴퓨터 화면 위로 흐릅니다.
불교, 힌두교, 유대교, 동방정교, 이슬람교, 가톨릭, 개신교 등 7개 종교 가운데서,
자신의 종교와 상품 종류를 고른 뒤 회원에 가입하고 결재를 합니다.
기도 서비스 종류는 기도문 500개가 한 달 동안 번갈아가며 계속되는 19.97달러짜리와,
1,000개의 기도문이 제공되는 29.97달러짜리 두 가지였습니다.  

종교에 따라 기도의 형식과 내용도 달라서 기독교의 경우, ‘하나님께’, ‘하늘에 영광이 있기를’, 힌두교는 ‘이 땅에 평화를’, ‘우리를 인도하소서’, 그리고 동방정교는 ‘감사’, ‘용서’, ‘기쁨’.
그러나 어떤 종교든 기도문 리스트에는 거의 모든 주제의 기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죄를 짓든, 어떤 소원을 하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이트를 만든 목적에 대하여 개설자 ‘리처드 캐비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4시간 계속되는 이 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신의 어린 양들이 함께 기도를 올리면,
정성이 집중되어 기도의 힘이 더 커진다.
컴퓨터로든 무엇으로든 기도하려는 의지가 중요할 뿐,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신(神)이 사이버 기도문을 듣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명시했습니다.
“절대 보증하지 않는다.”
‘왜 하나님이 내 기도에 응답해 주지 않느냐’는 항의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셈입니다.

1999년 세기말, 현대인의 불안감을 악용한 현대판 면죄부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15년이 지난 오늘날 사이버 교회, 사이버 법당, 사이버 추모관, 사이버 성묘, 사이버 참배,
사이버 연등, 사이버 조문, 사이버 기도, 사이버 기도실, 사이버 기도팀 등이 일반화된 걸 보면,  
그가 받았던 비난은 다소 억울한 일면(一面)도 없지 않습니다.

     Prayer Wheel 듣기
     - 2014.09.26 발매, Deepchord 앨범  <20 Electrostatic Sound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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