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11-07 (금)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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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당랑권 전성시대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당랑권 전성시대


‘권법 없이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이곳에는 사람 수만큼의 권법이 있다 /
익히더라도 강한 것을 익혀야 산다 / 나는 당랑권을 택했다 /
매미를 잡아먹는 사마귀의 전술이다 / 상대와 마주 섰을 때 늘 중심을 뒤에 두고 /
정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 / 그래야 혈을 지킨다 / 사각으로 돌다가! /
연속적인 단타로 급소를 파고 든다/ 그의 반격을 받아 흘리며 / 쉼 없는 상하연타를 구사해 /
승부를 몰아간다 / 나는 여기서 당랑권을 익혔다 / 강하게 파고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오는 /
고수들을 보며 익힌 권법이다 / 그들은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이것이 당랑권이다’                         - 윤성학, ‘당랑권 전성시대’ 전문  

각양각색 고수(高手)들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법(拳法)을 익힙니다.
그것도 강하게 파고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오는,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당랑권(螳螂拳)입니다. 비록 손가락질은 많지만, 권법 없이 살기에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권법도 강한 권법, 필살기(必殺技)를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필살기 익히는 것이 잘못일까요, 아니면 익힐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세상이 더 잘못일까요?
조기교육, 입학시험, 취직전쟁, 승진경쟁, 재물과 명예와 명성 등을 갖기 위해서는
강하게 파고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의 중심을 항상 뒤에 두고, 앞발을 들어 올리는 사마귀(당랑) 권법이 제격.

그러나 강하고 독(毒)한 권법은 당랑권(螳螂拳) 하나뿐이 아닙니다.
오직 살상(殺傷)만을 목적으로 하는 장권(長拳), 강건한 기상의 소림권(少林拳),
조심스럽게 손으로 움켜쥐는 형의권(形意拳), 상대의 급소만 노리는 팔괘장(八卦掌),
공격을 피하면서 자신의 중심을 잡아 반격하는 태극권(太極拳), 점핑과 공중기술의 후권(猴拳),
짧은 거리에서 속공하는 팔극권(八極拳), 뱀의 몸놀림과 이빨을 사용하는 사권(蛇拳),
허리를 낮추고 힘 있는 움직이는 홍가권(洪家拳), 바닥에 누워 상대를 넘어뜨리는 지당권(地躺拳),
허허실실(虛虛實實)의 동작으로 상대를 교란하며 가격하는 취권(醉拳),
근접한 상태로 손기술로 상대의 공격을 무마시키는 영춘권(詠春拳) 등 …….
모두 각기 필살의 기술이 들어 있는 수없이 많은 권법.
권법과 도법으로 무장하고 고수들의 눈치를 살피며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강호(江湖)를 누빕니다.

함께 권법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도(道)를 남기는 숨은 선비가 더 좋았습니다.
등을 밝히는 것을 연등(燃燈)이라 하고,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 한다지요?
우리는 어둠 속에 등불을 가지고 와서, 눈 있는 사람은 진리를 보아야 합니다.
근사록(近思錄)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로부터 도가 밝지 않으면 (自道之不明也, 자도지불명야),
사악함과 요상한 다른 학설이 앞다퉈 일어나 (邪誕妖異之說競起, 사탄요이지설경기),
온갖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게 하여 진흙 길에 빠지게 하고 (塗生民之耳目, 도생민지이목),
천하를 더럽게 하고 흐리게 하는 곳으로 빠지게 한다 (溺天下於汚濁, 익천하어오탁).’  

                        ( 김정 / 박이정출판사 / 『선생님 사랑합니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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