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12-01 (월) 08:13
홈페이지 http://cafe.daum.net/kim18111
ㆍ추천: 0  ㆍ조회: 1578      
IP: 121.xxx.13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1775년 12월 3일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1775년 12월 3일

을미년(1775, 영조51) 12월 3일, 서명선(徐命善)의 상소(上疏)가 올라왔습니다.
영조(英祖)의 병이 깊어 세손(世孫·정조)의 대리청정(代理聽政)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노론(老論) 대신들이 승지(承旨)의 전교(傳敎)를 방해하고,
군왕을 무시한 노론 세력들에 대한 탄핵문(彈劾文)이었습니다.
실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감수해야 할 위험천만의 대신탄핵(大臣彈劾) 상소였습니다.  

왕위 계승에 실패하면 폐세자(廢世子)가 되어, 귀양이나 사약을 받아야 할 세손 정조에게
서명선의 상소는 왕위 계승의 결정적인 계기(契機)로 작용합니다.
임오화변(壬午禍變)을 일으켜 사도세자(思悼世子)를 죽게 하고,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면서 세손을 폐하고 새 인물을 추대하려던 노론의 세력들.
자신들의 과거를 덮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객(刺客)과 짐독(鴆毒)으로 위협하며 끊임없이 정조 즉위를 방해하던 터였습니다.

83세 영조는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시키려고
세손이 다음 세 가지를 알고 있는지 신하들에게 묻습니다.  
“노론과 소론을 아는지, 조정 일을 아는지, 병조판서와 이조판서의 적임자를 아는지?”
노론의 좌장격인 좌의정 홍인한(洪麟漢)이 말합니다.
“세손은 그 세 가지에 대해 알 필요가 없습니다(三不必知).”
결국, 영조의 대리천정 전교(傳敎)는 그들의 방해로 작성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세손은 노론의 음모와 횡포를 공론화(公論化)할 사람을 물색하게 되지요.
그리고 드디어 신망 있고 충성심 깊은 서명선(徐命善)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과연 세손을 위하여 멸문지화까지 감수할지,
그의 상소가 외부에 발설되지 않고 영조에게 올라갈 수 있을지,
영조가 상소를 받았을 때 어떤 처분을 내릴지 등 많은 변수(變數)가 있었습니다.
왕위를 물려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죄인이 되어 형장에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12월 3일은 왕실 재일(齋日)이기에 상소는 승정원(承政院)에 계류(稽留)되는 것이 원칙.
그런데 영조는 상소를 읽었고, 따라서 노론의 죄상을 낱낱이 알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이 사판삭제(仕版削除), 삭탈관직(削奪官職), 직위해임(職位解任)을 당합니다.  

세손 정조가 그날 하루 가졌을 긴장과 기대와 불안감.  
운명의 날, 위태롭고 애가 타는 그 절박했던 운명의 시간을 느껴봅니다.
맹자(孟子)는 그의 왕도론(王道論)에서 말합니다.
‘하늘은 땅보다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天時地利 不如人和·천시지리 불여인화).’
진실한 마음으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도록 노력하고,
그리고 불가능을 초월하는 행운이 따를 수 있도록 항상 기도(祈禱) 할 일입니다.

  0
3500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147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 <57> 언제까지 중국뽕에 .. 김상일 2023-11-04 138
146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1775년 12월 3일 김정 2014-12-01 1578
145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사이버펑크(Cyberpunk) 김정 2014-11-24 1475
144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라라의 테마(Lara’s Theme) 김정 2014-11-17 1547
143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왜 논술(論述)을 배워야 할까? 김정 2014-11-10 1507
142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당랑권 전성시대 김정 2014-11-07 1600
141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진화론의 종언(終焉·없어지거.. 김정 2014-11-06 1590
140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상처 김정 2014-11-04 1160
139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쌍뜨 빼쩨르부르그’와 ‘광.. 김정 2014-11-03 1642
13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 김정 2014-10-31 1667
137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사이버 기도문 김정 2014-10-30 1670
136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해.. 김정 2014-10-29 1328
135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공부의 시작은 ‘요약하기’ 김정 2014-10-28 1280
134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문화적 취향(趣向)과 대중문화 김정 2014-10-27 1545
133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성리학과 양명학, 그리고 오늘.. 김정 2014-10-24 1584
132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문장의 주체를 바로 세우세요 김정 2014-10-23 1568
1234567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