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호텔 60층 객실 앞에서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호텔 60층 객실 앞에서
세 친구가 야경(夜景)을 보기 위해 호텔에서 가장 높은 60층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에 나가 쇼핑을 한 뒤, 밤늦게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호텔에 돌아와 보니 엘리베이터가 고장이었습니다.
호텔 직원은 아래층에 방을 줄 테니 거기서 하룻밤 머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세 친구는 의논 끝에, 힘들더라도 60층 숙소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멋진 야경을 놔두고 아래층에서 잠자는 것이 아쉬웠던 것입니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 한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냥 올라가면 심심하니 한 사람이 20층씩 맡아 재미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 친구는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하고,
두 번째 친구는 무서운 이야기, 세 번째 친구는 우스운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며 첫 번째 친구가 옛날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에서부터 책에서 본 이야기까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20층까지 올랐습니다.
21층에서부터 두 번째 친구가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등골 오싹하고 소름 돋는 이야기에 빠져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40층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친구가 60층에 도착할 때까지 우스운 이야기를 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운 이야기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도무지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만 긁적이다 보니 어느새 59층까지 갔습니다.
그때 세 번째 친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지 않겠어요?
마치 웃음보가 터진 것처럼 배를 잡고 마구 웃어대기 시작합니다.
혼자만 웃지 말고 이야기를 듣자면서 두 친구가 재촉했지만, 웃음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세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 60층 방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절대 객실에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두 친구가 문을 가로막았습니다.
세 번째 친구가 웃음을 겨우 참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카운터에서 열쇠를 안 가져왔네!”
올라가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열쇠를 잊은 채 60층까지 걸어 올라간 세 친구.
힘들게 올라간 60층 객실 앞.
옛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는 나눴지만 우스운 이야기는 아직 못 했습니다.
다시 내려가 객실 열쇠를 찾아오기엔 너무 큰 고통.
60 앞에 선 우리의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