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글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4-10-14 (화) 04:21
홈페이지 http://cafe.daum.net/kim18111
ㆍ추천: 0  ㆍ조회: 713      
IP: 121.xxx.13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호텔 60층 객실 앞에서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호텔 60층 객실 앞에서
 

세 친구가 야경(夜景)을 보기 위해 호텔에서 가장 높은 60층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에 나가 쇼핑을 한 뒤, 밤늦게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호텔에 돌아와 보니 엘리베이터가 고장이었습니다.
호텔 직원은 아래층에 방을 줄 테니 거기서 하룻밤 머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세 친구는 의논 끝에, 힘들더라도 60층 숙소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멋진 야경을 놔두고 아래층에서 잠자는 것이 아쉬웠던 것입니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 한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냥 올라가면 심심하니 한 사람이 20층씩 맡아 재미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 친구는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하고,
두 번째 친구는 무서운 이야기, 세 번째 친구는 우스운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며 첫 번째 친구가 옛날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에서부터 책에서 본 이야기까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20층까지 올랐습니다.

21층에서부터 두 번째 친구가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등골 오싹하고 소름 돋는 이야기에 빠져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40층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친구가 60층에 도착할 때까지 우스운 이야기를 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운 이야기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도무지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만 긁적이다 보니 어느새 59층까지 갔습니다.
그때 세 번째 친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지 않겠어요?
마치 웃음보가 터진 것처럼 배를 잡고 마구 웃어대기 시작합니다.
혼자만 웃지 말고 이야기를 듣자면서 두 친구가 재촉했지만, 웃음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세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 60층 방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절대 객실에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두 친구가 문을 가로막았습니다.
세 번째 친구가 웃음을 겨우 참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카운터에서 열쇠를 안 가져왔네!”

올라가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열쇠를 잊은 채 60층까지 걸어 올라간 세 친구.
힘들게 올라간 60층 객실 앞.
옛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는 나눴지만 우스운 이야기는 아직 못 했습니다.
다시 내려가 객실 열쇠를 찾아오기엔 너무 큰 고통.
60 앞에 선 우리의 모습입니다.
  0
3500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131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진정한 보수(保守)는 무엇인가?.. [100] 김정 2014-10-22 3284
130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마음의 눈을 갖게 된다면 김정 2014-10-21 606
129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카키색(Khaki色) 허무주의 김정 2014-10-21 713
12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 김정 2014-10-15 737
127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호텔 60층 객실 앞에서 김정 2014-10-14 713
126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김정 2014-10-10 845
125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글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는.. [1] 김정 2014-10-09 790
124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김정 2014-10-08 721
123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글쓰기는 창의성을 길러주는데.. 김정 2014-10-07 773
122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행복 김정 2014-10-06 832
121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마음이 지어낸 것들 김정 2014-10-03 792
120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풍선 할아버지 김정 2014-10-01 726
119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즐겁게 살 수 있는 비결 김정 2014-09-30 698
118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서기 2305년, 한민족(韓民族) 사.. 김정 2014-09-29 709
117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경영학에서 바라보는 네 종류.. 김정 2014-09-26 700
116 < ‘김정’ 쌤의 路邊情談 > 좋은 문장, 정확한 문장, 짧은 .. 김정 2014-09-25 819
12345678910